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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노인 장기요양 비용과 학교 급식비를 3개월치 미납한 채 도지사가 바뀌었습니다.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가 밥값을 못 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 사안을 들여다보면서 놀랐던 건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인천, 대전, 제주도까지 거의 같은 시기에 재정 위기를 선언했거든요. 돈의 흐름을 추적해 보니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구조적인 데 있었습니다.

재정 구조: 경기도 곡간은 왜 비었나
2024년 기준 경기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서울을 앞질러 전국 1위입니다. GRDP란 특정 지역에서 1년간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쉽게 말해 그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전국 최고 경제권이 밥값을 못 냈다는 건 단순히 씀씀이가 헤프다거나 한 지사가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식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지출 쪽을 먼저 살펴봤습니다. 일부에서는 기회 소득 사업이 재정 위기의 원흉이라고 지목하는데, 제가 수치를 직접 확인해 보니 얘기가 달랐습니다. 기회 소득 예산이 2023년 547억 원에서 2025년 1,300억 원으로 늘긴 했지만, 이게 도지사 재량 예산 3조 8,317억 원의 고작 3.4%입니다. 3.4%짜리 사업 때문에 재정이 펑크 났다는 건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커진 건 복지 지출을 포함한 전체 예산 규모였습니다. 2021년 32조 원이던 경기도 예산이 2025년 42조 원으로 뛰었습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고, 출생아도 많고, 고령자도 많은 경기도의 구조적 특성상 불가피한 증가였습니다. 문제는 지출이 아니라 세입에 있었습니다.
경기도 지방세 수입의 약 50%를 차지하는 게 취득세입니다. 취득세란 부동산을 사고팔 때 내는 세금으로, 거래량이 늘면 세수가 오르고 거래가 줄면 바로 구멍이 납니다. 2021년 코로나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15만 건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11만 9천 건으로 떨어졌습니다. 취득세 세수도 같은 기간 10조 9천억 원에서 7조 원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전임 지사 한 명의 책임으로 몰기 어려운 구조적 수입 감소입니다.
- 경기도 GRDP 전국 1위(2024년 기준, 서울 추월)
- 기회 소득 예산: 도지사 재량 예산의 3.4%에 불과
- 취득세 세수: 2021년 10.9조 → 2024년 7조로 급감
- 전체 예산: 2021년 32조 → 2025년 42조로 증가(복지 수요 반영)
감세 효과: 지방 곳간을 동시에 비운 진짜 원인
제가 조사 중에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경기도뿐 아니라 인천, 대전, 제주도가 거의 같은 시기에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각 지자체의 운영 방식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통된 외부 요인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실마리는 지방교부세(지방교부금)에 있었습니다. 지방교부세란 중앙정부가 국세로 거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재원입니다. 쉽게 말해 세금을 중앙에서 걷어 지방에 꽂아주는 이전재원인데, 내국세 총액의 19.24%에 종합부동산세 전액이 더해져 산정됩니다. 내국세가 줄면 지방이 받는 돈도 자동으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습니다. 법인세는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2017년까지 10~22%의 누진세율이 적용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세율이 25%로 올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1%포인트씩 인하돼 9~24% 구간으로 조정됐습니다. 고작 1%포인트라고 느낄 수 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법인세 세수가 2022년 103조 6천억 원에서 2024년 62조 5천억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경기 악화와 감세 효과가 겹치면서 40조 원 넘게 증발한 셈입니다(출처: 국세청).
저는 이 시기 공공기관 자산 매각 과정도 따로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재정 효율화 명목으로 추진된 1,700여 건의 매각 가운데 3분의 1은 감정가의 70% 이하로 처리됐고, 심한 경우 50%에 낙찰된 사례도 다수였습니다. 세수 구멍이 생겼으니 자산을 팔아서 메우자는 논리였는데, 하필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 공적 자산을 헐값에 내놓은 겁니다. 충분한 사전 국회 보고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부실한 감세 정책의 뒷수습을 또 다른 손실로 때운 셈이라고 판단합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지방교부세가 정상 수준 대비 4조 2천억 원 덜 지급됐습니다(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까지 겹치면서 지방으로 흘러들어야 할 돈이 매년 수천억 원씩 쪼그라든 것입니다. 불법체류 문제도 이 맥락에서 재정 누수를 가속화합니다. 현재 국내 불법체류자는 약 3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제주도 한 곳만 해도 9천여 명이 체류 중이고, 불법 취업 중인 이들로부터 걷지 못하는 소득세만 연간 160억 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국민연금 미납분까지 합치면 290억 원, 의료보험 부담까지 더하면 수백억 원의 재정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공동과세: 추미애가 노리는 판의 재편
경기도의 채무 규모가 7조 원이라고 하면 숫자만 보고 겁부터 납니다. 그런데 이 7조 원의 성격을 따져보니 달랐습니다. 7조 중 6조 가량이 지역개발채권 같은 의무 매입 채권입니다. 이는 자동차 등록 시 주민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정부 발행 채권으로, 정부가 낮은 이자를 붙여 나중에 현금으로 상환합니다. 재무제표에는 부채로 기록되지만 실질은 저금리로 조달한 운용 자금에 가깝습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채무 비율)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재정 주의 기준으로 잡는 수치가 25% 이상인데, 경기도는 2024년 기준 11.95%입니다. 참고로 서울시는 이 수치가 20%로 경기도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법적 기준으로 봐서는 재정 위기 선언이 성립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추미애 지사가 왜 이렇게 강하게 재정 위기 카드를 꺼냈을까, 저는 이 지점이 계속 걸렸습니다. TF 목표로 내건 'AI 시대 세입 확충'과 '연대와 협력'이라는 두 키워드가 힌트였습니다. 경기도 남부에는 삼성전자(수원·화성·평택)와 SK하이닉스(이천·용인)의 핵심 사업장이 몰려 있습니다. 이 사업장들이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가 화성 4천억 원, 용인 2천억 원 수준으로 어마어마합니다. 법인지방소득세란 법인세와 별도로 기업 소재 지자체에 납부하는 지방세인데, 현행법상 해당 시·군에만 귀속됩니다. 경기 도청 본청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추미애 지사가 요구하는 건 이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하거나 공동과세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공동과세란 특정 세목에서 걷힌 세수를 개별 기초자치단체가 독점하지 않고 광역 단위에서 일정 비율을 모아 재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서울시가 2008년부터 재산세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각 자치구 재산세의 50%를 특별시세로 먼저 거둬 25개 구에 균등 배분하는 구조인데, 강남구·서초구가 2010년 헌법재판소에 지방자치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법 개정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선례가 이미 있는 겁니다.
다만 제가 이 대목에서 멈추게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법인지방소득세가 도세로 넘어간 이후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할 체계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2026년부터 법인세 명목세율을 1%포인트 인상해 지방교부세 재원 자체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는데, 과세 구조 개편과 별개로 집행 투명성에 대한 답이 따라와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도가 진짜 부도 난 건가요?
A. 법적 기준으로는 아닙니다. 행정안전부의 재정 주의 기준인 예산 대비 채무 비율 25%에 한참 못 미치는 11.95%이고, 채무 대부분도 지역개발채권 같은 저금리 의무 채권입니다. 다만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필수 사업비 일부를 다음 지사에게 떠넘긴 것은 사실입니다.
Q. 경기도 재정 위기가 인천, 대전, 제주까지 퍼진 이유가 뭔가요?
A. 공통 원인은 지방교부세 감소입니다. 법인세 인하와 종부세 완화로 내국세 총액이 줄었고,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방교부세가 정상 대비 4조 2천억 원 적게 지급됐습니다. 각 지자체의 운영 실패가 아니라 세제 개편이 지방 재정 전체에 동시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Q. 법인지방소득세 공동과세가 실현 가능한가요?
A.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가 선례입니다. 2010년 강남구·서초구의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법 개정 후 강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소재한 화성·이천 등 기초자치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세수 배분 이후 집행 감시 체계 마련이 선결 과제입니다.
Q. 불법체류자 문제가 지방 재정과 무슨 관계인가요?
A. 제주도 사례만 봐도 불법체류자 9천여 명으로부터 걷지 못하는 소득세가 연간 160억 원, 국민연금 미납분이 290억 원 수준입니다. 의료보험 비용까지 더하면 지자체 단위 재정 누수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데, 이 구조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면 지방 재정에 만만치 않은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Q.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이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나요?
A.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됩니다. 2026년부터 법인세 명목세율이 1%포인트 올라 내국세 총액이 커지면 지방교부세 재원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다만 취득세 세수 감소나 법인지방소득세 귀속 문제처럼 구조적인 지방세제 개편 없이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결론
경기도 재정 위기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건 한 지사의 방만 운영이나 다른 지사의 돌발 선언으로 설명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취득세가 줄고, 법인세 감세로 지방교부세가 쪼그라들고, 공공자산은 헐값에 매각되는 과정이 겹치면서 지방 재정이 동시다발로 흔들린 구조적 위기입니다. 제가 이 흐름을 추적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이 손실의 최종 청구서가 결국 급식비와 요양비 형태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날아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법인지방소득세 공동과세가 추진된다면 그건 분명 논의할 가치가 있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세수 구조를 뜯어고치기 전에 기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감시되고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 개편과 집행 투명성,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지 않으면 곡간을 더 크게 만들어도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