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의 90% 이상은 수분입니다. 그러니 볶으면 풀처럼 늘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가지 요리를 별로 안 좋아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가지 5개에 2,000원짜리 한 봉지를 보는 순간, 예전에 중국에서 먹었던 그 아삭하고 윤기 나던 가지볶음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 제대로 재현해 보자 싶었습니다. 재료 손질 — 소금 절임과 섬유질 쪼개기가지 3개(1,200원)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한 것은 방망이로 가지를 탕탕 두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이른바 섬유질 파쇄 방식인데, 여기서 섬유질 파쇄란 스펀지처럼 촘촘하게 얽힌 가지의 내부 조직을 물리적으로 끊어내 양념이 더 잘 배어들고 수분 제거도 수월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칼로 깔끔하게 자르는 것보다 훨씬 거친 단면이 나오는데, 그게..
냉동 칵테일 새우 한 봉지로 16,750원짜리 밥상을 차렸습니다. 배달음식 한 번에 30,000원 넘게 나가는 걸 생각하면 절반 가격에 못 미치는 셈입니다. 처음엔 그냥 간단한 볶음 정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접시에 담아놓고 보니 아귀찜 뺨치는 비주얼이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비교해봤습니다. 제철새우, 지금이 맞긴 한데 — 생새우 vs 냉동새우요즘 생새우 가격이 작년보다 10% 정도 내렸다고 합니다.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1kg에 22,000원~30,000원 선이면 살 수 있다는 얘기인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시중에 유통되는 생물 활어 새우의 90% 이상은 양식 흰다리 새우입니다. 흰다리 새우란 국내 새우 양식 시장의 주력 품종으로, 자연산 대하와 달리 연중 공급이 가능한 품종을 말합..
두반장 없이도 마파두부가 될까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 두부 한 모가 있었고, 마트에서 두반장을 집었다가 결국 내려놓고 집에 있는 고추장과 된장으로 대신했습니다. 우렁이를 특별 재료로 더했더니, 사 온 마파두부 소스 없이도 충분히 깊은 맛이 났습니다. 두반장 없어도 되는 이유, 냉장고 현실부터냉장고를 열었을 때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두부 한 모, 홍고추 두 개, 대파 한 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부침이나 두부김치도 후보였지만, 국 없이 밥도둑이 될 만한 메뉴를 원했고 마파두부가 딱 맞아 보였습니다.마트에서 두반장(豆瓣醬) — 발효된 콩과 고추를 함께 숙성시킨 중국식 매운 된장 — 을 집어 들었다가 결국 내려놨습니다. 쉽게 말해 두반장은 한 번 열면 냉장고 한..
알리오올리오는 재료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단순한 파스타입니다. 그런데 기껏 다 만들고 나서야 옆에 두었던 참치액과 치킨스톡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리 초보의 시행착오는 오늘도 어김없이 반복됐습니다. 알리오올리오 레시피 — 마늘 볶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이 요리의 핵심은 마늘입니다. 마늘 일곱 알을 편으로 썰고, 청양고추 두 개와 베이컨도 미리 손질해 둡니다. 페페론치노(peperoncino)가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페페론치노란 이탈리아산 건고추로, 알리오올리오 특유의 칼칼하고 매콤한 뒷맛을 내는 재료입니다. 저는 마침 페페론치노가 집에 없어서 청양고추로 대체했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청양고추의 매운 정도가 수확 시기마다 들쭉날쭉해서, 이번에 쓴 건 풋고추 수준이라 두 개를 넣었습니다.냄비에..
솔직히 저는 양송이버섯을 마트에서 그냥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송이나 느타리, 팽이버섯에 비해 가격이 눈에 띄게 높은 데다, 막상 사더라도 뭘 만들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예전에 중국집에서 먹었던 송이덮밥 맛이 문득 떠올라서 결국 도전해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료비와 데치기 — 왜 이 두 가지가 핵심인가이번에 제가 장을 보면서 확인한 양송이버섯 한 팩 가격은 7,500원이었습니다. 11개 들어있는 팩 기준입니다. 새송이버섯이 보통 2,000원대에 살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양송이버섯은 단백질 함량이 100g당 약 3.1g으로 일반 채소류보다 높고, 비타민 B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 밀도가 상당히 ..
마트에서 근대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잠시 멈췄습니다. 2,400원. 예전 기억과는 꽤 달랐지만 그래도 두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근대국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던 사람으로서, 그 구수한 국물 냄새는 가격으로 포기하기엔 너무 익숙한 맛이었습니다. 멸치육수로 제대로 뽑는 근대국 레시피근대국을 끓일 때 육수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국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멸치와 다시마를 함께 넣고 우린 뒤 다시마를 먼저 건져내는 방식이 국물을 가장 깔끔하게 만들었습니다.물 2리터에 국멸치 한 줌과 다시마 큰거 1조각을 넣고 불을 올립니다. 여기서 다시마(kelp, 昆布)란 갈조류에 속하는 해조류로,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국물에 자연스러운 감칠..
솔직히 저는 비빔국수를 꽤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만든 양념장이 뭔가 텁텁하고 마늘 향만 강하게 올라오는 걸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혈당 관리 때문에 밀가루를 자제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으면서도 국수만큼은 포기를 못 해서, 이왕 먹을 거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어 레시피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놓쳤던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았고, 채수(蔬菜水) 활용이라는 개념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채수 활용과 양념장 비율 — 이게 핵심이었습니다제가 처음 비빔국수를 만들었을 때는 오이를 그냥 채 썰어서 생으로 올렸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레시피를 다시 살펴보니 오이와 양파를 미리 절여두고, 그때 빠져나온 채수(蔬菜水..
토마토는 한국 가정식에서 거의 조리 재료로 쓰이지 않는 식재료입니다. 생으로 먹거나 설탕에 찍어 먹는 게 전부였던 그 토마토가, 중국에서는 달걀과 볶아 식탁에 오릅니다. 오래전 중국에서 처음 먹어봤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직접 만들어봤는데, 재료 두 가지만으로 이 정도 맛이 나온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습니다. 재료손질 — 크게 써는 이유토달볶의 첫 관문은 칼질입니다. 토마토를 어떻게 써느냐가 완성된 음식의 식감을 결정합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봤는데, 토마토를 6등분한 뒤 다시 반으로 잘라 큼직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볶는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면 세포벽이 무너지며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이때 너무 작게 썰어두면 형태가 완전히 사라집니다.여기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잠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