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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양송이버섯을 마트에서 그냥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송이나 느타리, 팽이버섯에 비해 가격이 눈에 띄게 높은 데다, 막상 사더라도 뭘 만들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예전에 중국집에서 먹었던 송이덮밥 맛이 문득 떠올라서 결국 도전해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료비와 데치기 — 왜 이 두 가지가 핵심인가
이번에 제가 장을 보면서 확인한 양송이버섯 한 팩 가격은 7,500원이었습니다. 11개 들어있는 팩 기준입니다. 새송이버섯이 보통 2,000원대에 살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양송이버섯은 단백질 함량이 100g당 약 3.1g으로 일반 채소류보다 높고, 비타민 B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 밀도가 상당히 높은 식재료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가격이 조금 높은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막상 조리에 들어가면서 제가 처음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블랜칭(blanching)이라는 단계입니다. 블랜칭이란 재료를 끓는 물에 짧게 데쳐서 건져내는 전처리 과정을 말합니다. 처음엔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실제로 생략하고 바로 볶았더니 팬 안에 수분이 엄청나게 생겨나면서 볶음이 아니라 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양송이버섯과 오징어 모두 수분 함량이 높은 재료인 만큼, 블랜칭 한 번으로 이 수분을 미리 빼주는 것이 결과물의 질감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오징어 손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다리 없이 몸통만 사용했는데, 칼집을 낼 때 칼을 비스듬하게 눕혀서 넣으면 조리 후 오징어가 멋지게 말리면서 식감도 좋아집니다. 단, 너무 길게 썰면 한 입에 먹기가 불편하므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합니다. 오징어는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질겨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양송이버섯과 함께 블랜칭한 뒤 마지막에 넣고 짧게 볶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준비한 재료와 분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징어 몸통 1마리분, 양송이버섯 1팩(11개 기준)
- 고추기름 3큰술, 마늘 7알, 대파 반 대
- 굴소스 1큰술, 후추 약간, 소금 2꼬집
- 물 1컵, 전분물 2큰술 (전분과 물을 1:1로 푼 것)
고추기름이 없어서 저는 직접 만들었습니다. 커피 여과지에 고춧가루 1큰술과 잘게 썬 대파를 올리고, 작은 냄비에 식용유 3큰술을 달군 뒤 여과지 위에 조금씩 부어서 받아내는 방식입니다. 10분도 안 걸리는데 결과물은 생각보다 훨씬 쓸 만했습니다.
고추기름 볶음과 전분 소스 — 직접 만들어보니 이렇습니다
볶음 순서가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고추기름에 마늘과 대파를 먼저 볶아서 향을 낸 뒤, 술(청주나 맛술)과 블랜칭해둔 양송이버섯을 동시에 넣고 센 불에서 빠르게 볶습니다. 여기에 굴소스 1큰술, 소금 2꼬집, 후추를 넣고 간을 맞춘 다음, 오징어를 마지막에 추가합니다. 오징어는 이미 블랜칭 과정에서 반쯤 익혀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오래 두면 안 됩니다.
전분 호화(糊化)는 덮밥 소스의 농도를 결정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전분 호화란 전분 입자가 열과 수분을 만나 팽창하면서 점성이 생기는 반응을 말합니다. 물 1컵을 넣고 한번 끓어오르면 그때 전분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다 붓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처음에 한꺼번에 부었다가 너무 묽어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농도를 보면서 조금씩 넣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두르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덮밥을 먹어보니 예상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났습니다. 중국집 불맛이 살아있는 그 맛이 아니라, 라면 국물처럼 친숙하고 짭조롬한 감칠맛이 났습니다. 처음엔 이게 이상한 건가 싶었는데, 오히려 거부감 없이 술술 넘어가는 편안한 맛이었습니다. 굴소스의 감칠맛 성분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고추기름의 지용성 향미 성분과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맛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루타메이트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혀의 감칠맛 수용체를 자극해 음식의 풍미를 깊게 만들어주는 물질입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색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갈색 톤이라 시각적으로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빨강 피망과 초록 피망을 함께 볶아냈다면 색감과 아삭한 식감이 보완됐을 텐데, 요즘 피망 가격이 파프리카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 느껴져서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이건 솔직히 아직도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송이버섯을 꼭 데쳐야 하나요? 그냥 볶으면 안 되나요?
A. 블랜칭을 생략하고 바로 볶으면 양송이버섯에서 수분이 다량 나와 팬 안이 물바다가 됩니다. 제가 직접 생략해봤을 때 볶음이 아니라 찜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짧게 30초~1분만 데쳐내도 수분이 상당히 빠지고 조리 시간도 단축되므로, 이 단계는 건너뛰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Q. 고추기름 없이도 만들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일반 식용유에 고춧가루를 직접 넣어 볶아도 비슷한 맛이 납니다. 다만 고추기름을 쓸 때의 맑고 붉은 색감과 은은한 향은 나기 어렵습니다. 저처럼 커피 여과지를 이용해 간단히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으니, 한 번 시도해보시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Q. 전분물 농도는 어떻게 맞추나요?
A. 전분과 물을 1:1 비율로 풀어두고, 소스가 한 번 끓어오른 뒤에 조금씩 넣으면서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농도를 확인합니다. 한꺼번에 다 부으면 조절이 어려워지므로, 두세 번에 나눠서 넣는 것이 핵심입니다. 숟가락에서 소스가 천천히 떨어지는 정도가 적당한 농도입니다.
Q. 오징어 대신 다른 재료를 써도 되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닭가슴살이나 새우를 같은 방식으로 블랜칭해서 사용하면 비슷한 구조의 덮밥이 됩니다. 제 경험상 오징어는 씹히는 맛이 좋고 국물에서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편인데, 새우를 쓰면 좀 더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결론
양송이버섯은 확실히 가격 장벽이 있는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한 팩에 11개가 들어 있고, 영양 밀도를 고려하면 단가 대비 만족도가 꽤 높았습니다. 중국집 불맛을 집에서 완벽히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블랜칭과 전분 호화 두 가지만 제대로 잡으면 감칠맛 나는 덮밥 한 그릇은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국을 따로 끓일 필요 없이 이것 하나면 한 끼가 해결되고, 김치 하나만 곁들이면 됩니다. 피망이나 파프리카를 더하면 색감까지 잡을 수 있으니, 다음에 만들 때는 저도 그 부분을 보완해볼 생각입니다. 양송이버섯이 눈에 띄면 한 번쯤 장바구니에 넣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