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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 (징병제 부활, 안보 자각론, 대중국 전략)

cocham1 2026. 8. 7. 18:59

목차


    2026년 8월, 청바지에 배낭 하나를 멘 19살 덴마크 공주가 의전 차량도 없이 혼자 군부대에 걸어 들어갔습니다. 왕위계승 서열 2위 이사벨라 공주의 신병 입대 장면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이 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그 장면 하나가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사격훈련

    징병제 부활,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흐름

    덴마크는 올해 3월부터 확대 징병제(Extended Conscription)를 시행했습니다. 확대 징병제란 기존 복무 기간을 늘리고 징집 대상을 여성까지 포함시킨 제도를 말합니다. 복무 기간이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었고, 이사벨라 공주처럼 만 18세 이상 여성도 정식 징집 대상이 됐습니다. 이날 덴마크 전역에서 입대한 신병 약 1,600명 중 다섯 명에 한 명꼴이 여성이었습니다.

    덴마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3월 크로아티아는 18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시켰고, 독일은 만 18세 남성을 대상으로 신체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권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27년부터는 연간 30만 명 규모의 검사 대상자를 확보하고, 자원 입대자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징병제로 전환하는 법 개정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18만여 명인 독일 현역군인을 2035년까지 25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영국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내년 3월부터 25세 미만 청년 약 150명을 대상으로 유급 군대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초봉으로 연간 약 2만 6천 파운드(한화 약 5천만 원)를 지급합니다. 1960년 징병제 폐지 이후 10년 넘게 모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온 영국이 꺼낸 절충안입니다. 핀란드는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여성 의무복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에서는 올해 자원입대 신청이 8천 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 덴마크: 복무 기간 4개월 → 11개월 연장, 여성 징집 도입, 2033년까지 연간 징집 5,000명 → 7,500명 확대
    • 독일: 만 18세 신체검사 의무화, 2035년까지 현역 25만 명 목표, 사실상 징병제 부활 준비
    • 크로아티아: 18년 만에 징병제 부활 (2026년 3월)
    • 영국: 유급 군대체험 프로그램 도입, 연 5천만 원 상당 급여 지급
    • 핀란드·에스토니아: 여성 의무복무제 검토, 자원입대 급증
    요약: 덴마크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서 복무 기간 연장, 여성 징집, 징병제 부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보 자각론, 왕실이 먼저 걸어 나온 이유

    제가 이 흐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수치나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2026년 2월 4일, 네덜란드 막시마 왕비(54세)가 육군 예비군으로 입대했습니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의 부인이 방탄 헬멧을 쓰고 권총 사격과 행군 훈련을 받은 겁니다. 그녀가 남긴 말 — "우리 안보는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이 문장 하나가 지금 유럽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시마 왕비는 병 계급으로 시작해 전 과정을 이수하면 중령 계급을 받을 예정입니다. 왕실 장녀 아말리아 공주도 학업과 2년 과정의 군사 훈련을 병행해 기초 교육 후 상병으로 진급했고, 그 행보 이후 국방대학 지원자가 두 배 급증하는 '아말리아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레오노르 공주가 지난달 3년간의 육해공군 군사 교육을 마쳤습니다.

    이걸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유럽의 재무장이 단순히 예산 증액이나 병력 숫자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안보 자각론(Security Consciousness)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겁니다. 안보 자각론이란 국가 안보를 정부나 군의 전유물로 보지 않고 국민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인식을 가리킵니다. 왕실이 솔선해 입대하고, 공주가 배낭을 메고 부대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그 인식을 눈에 보이는 언어로 바꾼 것입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나토(NATO) 동맹 내부의 균열이 있습니다. 나토란 북대서양조약기구로, 유럽과 북미 30여 개국이 집단 방위를 약속한 군사 동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 전면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고, 실제로 유럽 주둔 미군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출처: CNN). 미국이 사실상 '유럽의 방패'가 아닌 '중재자' 역할로 물러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요약: 유럽 왕실의 잇따른 입대는 '안보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자각론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입니다.

     

    대중국 전략, 유럽 재무장의 숨겨진 함의

    미국이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위협 대응이지만, 제가 보기에 미국의 진짜 시선은 인도·태평양, 즉 중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스스로 방위 역량을 키우면, 미국은 그 공백만큼 전략 자산을 대중국 전선에 재배치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은 유럽의 대규모 무기 구매에서 막대한 수혜를 얻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공개한 61조 원 규모의 드론 대응 전력 강화안과 미국산 무인 정찰기·군용기 대규모 구매 계획이 그 단면입니다.

    전략적 자산 재배치(Strategic Asset Redeployment)란 군사력과 외교적 역량을 한 전선에서 다른 전선으로 이동·집중시키는 전략 개념입니다. 다만 이런 큰 그림은 대개 단기 이슈의 소음 속에 묻히기 쉽습니다. 미·이란 전쟁이 대표적입니다. 이란은 중국의 핵심 원유 공급원이자 반미 연대의 축인데, 미국이 중동에서 발이 묶이는 동안 중국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 없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우위를 다지고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선전하는 어부지리를 챙겼습니다.

    중국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나토의 군비 증강을 두고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식 냉전 이념"이라 비판합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쪽의 이익이 반드시 다른 쪽의 손실이 되는 경쟁 구도를 말합니다. 수천 년간 제국과 대국을 경영해온 경험 위에서 나오는 중국의 이 언어는, 유럽을 향한 심리전이면서 동시에 자국 내부를 향한 자기 정당화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행보가 긴박함을 잘 보여줍니다. 재정 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17조 원을 들여 4세대 핵추진 항공모함 팡(PANG)을 건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PANG이란 Porte-Avions de Nouvelle Génération의 약자로, 길이 310m·배수량 8만 톤급의 차세대 핵항모입니다. 현재 운용 중인 샤를 드골함의 두 배 크기로, 2038년 실전 배치가 목표입니다. 나라 빚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결정을 밀어붙인 건,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독자 핵억제력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입니다.

    요약: 유럽 재무장의 이면에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재배치와 유럽의 독자 안보 생존 전략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덴마크 이사벨라 공주는 왜 월급을 거부했나요?

    A. 이사벨라 공주는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왕실 차원에서 국방 의무를 특권 없이 이행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실제로 막시마 왕비나 아말리아 공주의 사례처럼, 유럽 왕실의 솔선수범이 일반 국민의 입대 의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제스처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Q. 독일은 징병제를 완전히 부활시킨 건가요?

    A. 아직 완전한 부활은 아닙니다. 현재는 만 18세 남성의 신체 검사를 의무화하고, 자원 입대자가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징병제로 전환한다는 조건부 합의입니다. 현지 언론도 이번 합의를 "사실상 징병제 부활을 위한 준비"로 평가하고 있어서, 최종 형태는 향후 자원 입대 실적에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프랑스 핵항모 PANG은 왜 지금 건조하는 건가요?

    A. 재정 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결정을 밀어붙인 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내 독자적 핵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유일한 핵추진 항모 보유국 지위를 수십 년간 더 이어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를 경제 논리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유럽 재무장이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요?

    A. 미국이 유럽 안보 부담을 유럽에 넘기는 동안 전략 자산을 인도·태평양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습니다. 미·이란 전쟁이 진정되면 미·중 패권 경쟁의 긴장이 우리 앞에서 더 직접적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지금 조용히 내실을 다지고 실력을 키워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짖는 개는 무섭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눈빛으로 응수하는 개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제가 이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그겁니다. 유럽이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한국은 호들갑 떨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고, 조용히 준비해야 합니다.

    미·이란 전쟁이 가라앉으면 미·중 패권 경쟁의 다음 무대가 어디일지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내실을 다진 실력이 먼저입니다. 유럽이 배낭 하나 멘 공주를 군부대로 보내는 방식으로 그 준비를 시작했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mia5-6vr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