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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계약을 갱신하러 갔다가 집주인에게 "이번엔 좀 올려야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 분들 꽤 계실 겁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그때 처음으로 "왜 이렇게 됐지?"를 진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단순히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규제가 공급을 막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메커니즘을 제가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봅니다.

매물잠김, 왜 규제할수록 전세가 사라질까
일반적으로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집값이 안정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펴봤더니 이야기가 꽤 달랐습니다.
다주택자는 욕 먹기 쉬운 존재이지만, 민간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 매물을 공급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면서 이들이 주택을 처분하기도, 새로 구입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이른바 '매물잠김' 현상입니다. 매물잠김이란, 보유 주택을 팔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매도 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들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 결과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었고, 집주인들은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주변 공인중개소를 돌아봤을 때도 "전세 물건 자체가 없다"는 말을 여러 곳에서 들었습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릅니다. 이건 경제 원리의 가장 기본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특정 구역 내 토지나 주택을 사고팔 때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실수요자의 거래까지 막히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의 공급 유통이 경색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선의의 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 다주택자 매도 포기 → 전세 매물 감소
- 집주인의 세금 부담 →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 → 월세 가격 상승
- 토지거래허가제 → 거래 경색 → 실수요자 진입 장벽 상승
공급위축,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 생기는 일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와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목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두 목표는 근본적으로 서로를 방해합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그러려면 건설사·투자자·개인이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강도 세금으로 기대 수익률을 급격히 낮추면 아무도 신규 주택 공급에 나서지 않습니다. 기대 수익률이란 투자 대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게 무너지면 민간의 공급 투자 자체가 사라집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출처: 국토교통부), 재건축·재개발 역시 각종 규제와 사업성 부족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입니다. 지금 공급이 막히면 3~5년 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그때 가서 집값이 또 한번 출렁이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대출 규제도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면 당장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여기서 DSR이란 연간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문제는 이게 투기 수요만 막는 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간절히 바라는 실수요자의 진입까지 동시에 막는다는 점입니다. 제 주변에도 DSR 규제 때문에 원하는 지역 아파트를 포기하고 외곽으로 눈을 돌린 사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부동산정책, 싱가포르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90% 이상이 국유지입니다. 정부가 토지를 소유한 채로 주택개발청(HDB)을 통해 99년 임대 방식의 공공주택을 대규모 공급하고, 국민의 80~90%가 여기에 거주합니다. 이 구조 자체가 투기를 원천 차단합니다. 반면 한국의 국유지 비중은 25% 안팎에 불과하고, 민간 사유재산권이 강하게 보장된 구조입니다(출처: 통계청). 기반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에서 배울 게 없는 건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구매자에게 고율의 추가 취득세를 부과해 외부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서도, 기존 보유자에게 소급해서 징벌적 세금을 매기지 않습니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살려두는 것입니다. 또 보유 주택을 처분할 때의 양도세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설계해 '퇴출 경로'를 열어둡니다. 팔고 싶은 사람이 팔 수 있어야 새 매물이 나오고, 그게 곧 공급입니다.
한국도 한반도라는 지리적 조건상 사실상 섬과 다름없습니다.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없으니 토지와 주택의 수요는 내부에서 계속 쌓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만큼은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왜 공공성이 필요한지를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조선 개국부터 오늘 2026년까지 634년간 한반도에서 땅을 가진 자가 권세를 누려온 역사적 DNA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꾸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노력이 쌓여야 향후 북한과의 협력이나 통일 이후 맞닥뜨릴 부동산 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집값이 더 오르는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규제를 풀면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본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다주택자 규제의 핵심 부작용은 전·월세 매물 감소입니다. 이들이 보유한 물건이 임대 시장으로 나와야 세입자 선택지가 늘고 가격이 안정됩니다. 징벌적 규제보다는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세제를 합리화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임차인에게도 유리합니다.
Q.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남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는 목돈을 안고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월세는 매달 수입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되면 목돈이 없는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직접적으로 올라갑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시장 변화가 아니라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 압박으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Q. 지금 실수요자라면 어디를 봐야 하나요?
A. 서울 강북 외곽이라도 신축이거나 교통이 우수하지 않다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기도·인천권 우수 입지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본인의 DSR 한도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빠르게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이후 갈아타기를 위한 발판이 됩니다.
Q. GTX가 완공되면 부동산 시장이 달라질까요?
A.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란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30분대로 연결하는 고속 전철망을 뜻합니다. A·B·C 노선이 순차 개통되면 서울 집중 현상과 출퇴근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개통 효과가 가격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선 확정 이후 매입을 검토하기보다는 완공 전 선제적 접근이 실수요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론
전월세가 오른 이유를 단순히 집주인 탓이나 투기 심리로 설명하기엔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규제가 공급을 막고,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밀어올리고, 그 부담이 가장 힘없는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흐름, 이것이 제가 이 문제를 직접 살펴보면서 확인한 핵심입니다.
정책이 선의를 가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급의 원리를 거스르는 규제는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부동산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전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634년의 역사적 관성을 바꾸는 일이니, 서두르기보다는 방향을 정확히 잡고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